[취재수첩] 을이 반발하는 공정위의 '갑질 제재'

입력 2018-02-08 18:19   수정 2018-03-19 11:14

이유정 생활경제부 기자 yjlee@hankyung.com


[ 이유정 기자 ] “이런 식이라면 국내 5000여 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한 곳도 제재를 피하지 못할 겁니다.”

8일 열린 프랜차이즈 ‘가마로강정’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가마로강정은 가맹점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억5100만원을 부과받자 “행정소송을 하겠다”며 이날 간담회를 열었다. 공정위가 갑질의 피해자로 규정한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도 함께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작년 12월 ‘필수적이지 않은 품목’을 가맹점주에게 강매했다며 가마로강정을 제재했다. 이 제재가 나온 후 프랜차이즈업계는 들끓었다. 근거가 부족하고 제재 정도가 과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피해자’라는 가마로강정 165개 가맹점 중 한 곳도 공정위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가마로강정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리더스의 이한무 변호사는 “강요당했다는 피해자도, 증거도 없는데 문서만 갖고 법을 적용해 제재한 지금 상황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필수품목’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혼란스러워 한다.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사업을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되거나 브랜드 통일성에 필요한 것”이라고 필수품목을 설명한다. 가마로에는 냅킨 컵뚜껑 등을 필수품목이 아니라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로고가 새겨진 냅킨은 괜찮다는 게 공정위의 해석이다. 로고를 넣은 모든 품목이 다 괜찮은 것도 아니다. “사실상 걸면 걸리는 것”이란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프랜차이즈의 필수품목 기준을 일일이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편의를 위해 제공한 집기류를 필수품목으로 계약서에 적은 것은 가마로강정의 잘못일 수 있다. 하지만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공정위의 노력에 지금 같은 잡음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맹사업법은 2002년 제정됐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프랜차이즈산업은 몸집을 키웠다. 그 사이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필수품목 등에 대한 고민이나 불공정 제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당장의 갑질을 혼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 공백, 법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이 공정위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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